미안하다는 말이나 괜찮다는 말은 쉽게 하는 게 아냐.
나를 낮추는 말은 자꾸 내뱉다 보면 상대에게도 내게도 익숙해지기 마련이야.
그러다 보면 그 말이, 상대에겐 가벼워지고 그대에겐 당연해지는 거지.
그때부턴 말의 값어치가 떨어져 상대는 우습게 알고 그대는 더 움츠러들고.
하지만 고맙다는 말은 언제 들어도 서로 기분이 좋거든.
사람은 변하지 않는다-
태어날 때부터 받은 천성이란 건 영혼의 본질과도 같아서….
천지가 개벽하는 사랑을 하고, 비극의 힘이 작용하더라도.
설령-
과거로 시간이 거꾸로 흘러도,
사람은, 변하지 않아.
모두가 그렇게,
태어나 받은 자신을 죽을 때까지 끌어안고 살기에-
그 무엇보다도 가장 큰 비극이 인생인 거지-
사람은 저마다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며 상대적인 불행을 느끼는 법이다.
그러니 어떻게 함부로 어린 파비안이 복에 겨운 이기적인 아이였다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.
애초에 보통의 아이라면 자유를 원한다는 말을 하지 않겠지.
파비안도 파비안 나름대로 삶이 순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.
"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 다르니까요. 본래 사람은 자유를 갈구하기 마련입니다. 서민이든, 황자이든.
자유를 바라는 것,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감히 누가 말할 수 있습니까?"